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 죽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것. 얼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것. 죽인다는 것은 차갑게 만드는 것. 역사 속에서의 인간과 우주 속에서의 인간. 바람과 해류. 전세계를 잇는 물과 바람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전문 중에서
비인간 세계를 상상하며 노닐다 12월 3일 강렬한 방식으로 다시 인간세계로 소환되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제게 무척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저의 첫 반응은 “내일 출근해야 하나?” 하는 자문이었습니다. 생각하면 극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동등하게’ 극히 어울리지 않는 태도로 반응함으로써 그 상황을 무화, 부정하려는 의식의 자기 조절 능력이 작동한 것 같습니다. 헛된 망상에 기반해 자신의 지배의지를 관철하려는 권력자의 폭력적인 세계가 드러났지만, 동시에 일상의 존엄을 지키려는 뭇 시민의 행동을 통해 아름다운 세계가 나타났습니다.
서귀포 지역구 국회의원인 위성곤 의원이 12월 중으로 생태법인을 도입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우리를 정동케 한 강렬한 시간 속에서도 인간 무리와 함께 지구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법체계를 매개로 인간의 인식 지평에 나타나려는 순간입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에드 용, 2023)는 자신의 고유한 감각체계로 자신의 주변을 경험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동물들의 숨겨진 세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세계’에 이어 지적인 형태로 나타난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2024년이 된다면 더없이 좋은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평온한 연말을 빕니다.
지구법학회 회장 박태현 드림.
지구법 뉴스
(사진: Robert Macfarlane)
에콰도르 구름숲, 노래 저작권의 공동 소유자가 될 수 있을까?
생태계를 예술작품의 공동 창작자로 인식하는 최초의 법적 시도
More Than Human Life(MOTH) 프로젝트는 Los Cedros 구름숲의 소리를 담은 곡 "Song of the Cedars(삼나무의 노래)"에 대한 저작권을 숲과 공유해 달라는 청원을 에콰도르 저작권 사무소에 제출했습니다. 작곡가, 작가, 균학자, 법학자로 구성된 팀이 숲에서 캠핑을 하며 이 곡을 만들었는데, 곡에는 박쥐의 초음파, 원숭이의 울음소리,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심지어 새로운 균류 종이 발견된 곳의 흙에서 나는 소리까지 담겨 있습니다. "숲 안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숲과 함께 쓰여졌습니다."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Robert Macfarlane)은 그들의 창작 활동이 숲의 지속적인 존재의 일부로서 이루어졌음을 강조합니다. 2021년 에콰도르 헌법재판소는 Los Cedros 생물 보호구역의 법인격을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이 판례를 바탕으로, MOTH 프로젝트는 숲이 예술 작품의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숲이 저작권을 갖게 된다면, 이는 자연을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법적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며, 자연의 권리와 예술 창작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할 것입니다.
- 지구헌법학적 의미의 발견 - 국토 개념의 확장 - 평화 개념의 확장 - 환경 개념의 확장
※ <지구헌법학 입문>은 총 3강으로, 6회에 걸쳐 업로드됩니다.
※ 영상제작후원: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지구법학회는 지구와사람 회원을 중심으로 하여 지구법학의 이론과 실무에 관심을 둔 학자와 법조인으로 구성된 학술단체다. 2015년 출범 이후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통해 논의의 장을 만들고 그 성과를 학술논문, 연구용역, 총서 발행, '지구법강좌'를 통해 공유하며 지구법학의 국내 확산에 힘써 왔다. 2021년에는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술지인용 색인(KCI)에 학회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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