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법학회는 지난 11월 15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우천법학관에서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법이론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사단법인 선, 강원대 환경법센터, 아주대 법학연구소,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협력과 법률신문의 후원에 힘입어 많은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21세기 전지구적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인 지구법학EarthJurisprudence을 중심으로 법철학적 관점에서 자연의 담론을 제도적 법리로 구축할 가능성을 논의한 자리였습니다. 특히, 인간 중심적인 기존 법제도 하에서 자연의 권리 또는 주체성을 법체계에 통합하고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쟁점들을 심도 있게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개회식은 전원열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소장의 환영사와 강금실 지구와사람 공동대표, 이수형 법률신문 대표이사의 축사로 이어졌고, 기후위기 극복과 자연 복원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요청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법적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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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세션에서는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정혜 교수가 좌장을 맡아 "ESG와 지구법학의 쟁점들"을 주제로 기업과 민간영역에서의 ESG흐름과 지구법학의 공통점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패널로 참가한 류영재 (주)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다음 세대를 고려한 장기 투자와 스튜어드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탈탄소 기술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도입이 한국 기업의 필수 과제라고 진단했습니다. ▲류정화 변호사는 파타고니아와 같이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며, ESG 프레임워크 안에서 지구법학을 실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지구법학에 기반한 시민사회 거버넌스로서 기업 면허제, 미래생태 영향평가, 미래이사제도의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네이처 포지티브 이니셔티브와 세계경제포럼의 ACT-D 프레임워크를 소개하며, 자연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기업 사례와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별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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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세션에서는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을 주제로 지구법학의 이론적 토대와 자연의 권리 주체성을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도균 교수는 "공적 이성과 지구법학 - 지구법학적 공적 이성의 가능성" 발표를 통해 지구법학이 공적 이성의 기준을 충족할 뿐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정책적·법적 정당성을 제공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지구법학은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틀을 제공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공적 이성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최정호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연구교수는 "탈인간중심적 존엄 개념의 가능성" 발표에서 자연의 권리 논의에서 '존엄' 개념이 배제된 점을 지적하며, 이를 인간 너머로 확장해 자연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존엄 개념을 '관계론적’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계를 넘어 자연과의 상호 존중을 법적 질서로 통합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서울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생인 정준영 연구자는 "법인격성 다발 이론과 자연의 권리주체성 - 호펠드적 분석의 의의를 중심으로" 발표에서 자연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하며, 자연의 권리를 둘러싼 기존 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했습니다. 특히 핀란드 법철학자 쿠르키(Ville Kurki)의 '법인격성 다발 이론'을 소개하며 법적 인격을 특정 권리와 의무 요소의 결합체로 분석하고, 자연이 법적 인격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권리를 가질 수 있음을 논증했습니다. 이 발표는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법인격성'이라는 틀을 넘어 보다 유연하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신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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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발표의 주요 쟁점을 다각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김진하 판사는 ‘공적 이성’ 개념이 인간 중심적 편견에 치우쳐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를 심사 기준이 아닌 심사 대상으로 공론의 장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인간 중심의 존엄과 자유권 중심 법 패러다임의 특권적 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감’과 '감정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홍 교수는 자연의 권리를 인간 권리 틀에 맞추기보다, ‘의무’와 ‘돌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이를 위한 법적 의무와 제재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두현 교수는 공적 이성의 완전주의적 접근이 ‘위대한 법’ 실현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지적하며, ‘자유주의적 해악의 원칙’을 변형해 지구 공동체 내 다른 존재자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구법학회 회장인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박태현 교수는 롤즈의 ‘중첩적 합의’ 개념을 확장해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공존 질서를 모색해야 하며, ‘상호 인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자연적 존재자의 ‘이익’과 ‘가치’를 입증하는 작업의 중요성도 언급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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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션에서는 법무법인(유) 원의 조경애 변호사가 학술대회의 핵심 논의를 정리했습니다. 지구법학의 개념들이 현실 속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사람들의 의식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것이 '감성'의 문제라는 점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구법학의 이론적 발전과 실천적 적용 가능성 탐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법적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구법학회와 서울대 법이론연구센터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법적 담론을 발굴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연구와 실천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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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법학회는 지구와사람 회원을 중심으로 하여 지구법학의 이론과 실무에 관심을 둔 학자와 법조인으로 구성된 학술단체다. 2015년 출범 이후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통해 논의의 장을 만들고 그 성과를 학술논문, 연구용역, 총서 발행, '지구법강좌'를 통해 공유하며 지구법학의 국내 확산에 힘써 왔다. 2021년에는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술지인용 색인(KCI)에 학회로 등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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