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11월 7일과 8일 양일 간 열렸던 지구와사람 10주년 컨퍼런스 "인간의 지구, 자연의 권리"에서 나누어진 다양한 논의와 핵심 메시지를 담아 소개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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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뜻했던 2025년 11월 7일, 지난 10년간 생태적 전환을 모색해온 지구와사람의 10주년 컨퍼런스는 송기원 이사장의 기념사와 이재돈 신부·하유정 학생의 축사, 강금실 공동대표의 기조 발언으로 문을 열었으며, 임희정 한국스탠포드센터 지속가능 연구디렉터의 사회로 다채로운 세션들이 이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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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 1. [Round Table] 문명의 미래
기후·철학·법학·과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 문명을 향한 비전을 모색해 본 첫 번째 세션에서, 좌장 김왕배 상임대표는 과학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위험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행성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도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성의 한계와 감정의 역할을 언급하며,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철학을 통해 공적 정서가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권원태 박사는 과학적 지식이 확대될수록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전가되는 현실을 짚으며 기후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우현 덕성여대 약학과 교수는 과학이 삶의 문제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생명기술이 안고 있는 윤리와 불확실성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미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아킬레우스의 방패 이야기를 통해 인간·자연·우주의 연결성과 공존의 현실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조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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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 2. 지구 수업, 열리다: 생태교육의 비전
김선민 지구아이 PD의 진행으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는 호기심에서 경이로의 전환이 지구 수업의 근원적 과제임이 강조되었습니다. 발제를 맡았던 정혜숙 윤리교사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바탕으로 환경교육이 정보 전달을 넘어 존재론적 연결성과 경이의 감각을 회복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복기 연출가는 연극은 호기심을 붙잡는 힘에서 시작해 경이의 상태로 이끄는 예술적 훈련이며, 그 경험이 결국 자연과 삶을 바라보는 감수성과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마리엘 환경 크리에이터는 자연에 대한 경이와 함께 모든 생명에게 이로운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건우 하인리히 뵐 생태담당관은 생태 교육에서 경이로 넘어가는 계기와 조건, 구체적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확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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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 3. 빅데이터와 생태교육의 미래
세 번째 세션은 김홍기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한승희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연구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을 펼쳤습니다. 한승희 교수는 데이터 리터러시와 생태 감수성의 결합, 그리고 AI를 활용한 통합적 생태교육 모델과 실제 교육 사례를 소개하며,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과 개인 맞춤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홍기 교수는 과학적 관찰·해석과 감수성의 관계를 짚으며, 데이터와 감각을 잇는 교육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기술 시대에 과학·윤리·삶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수석연구원은 산업 현장에서 감각이 억압되고 위험 감지가 어려워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집단적 감수성 변화와 생명적 감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동완 성균관대 초전도체양자정보연구실 연구원님보는 AI와 코딩을 언어로 보고, 양자컴퓨터 등 신기술을 통한 자연과의 소통 가능성을 제시하며, 신기술에 대한 열린 태도를 당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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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 1. 한국 지구법학의 10년
최정호 지구법학회 총무의 사회로 시작한 둘째 날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정혜진 지구법센터장이 지구법학회의 지난 10년을 태동기-성장기-현실 적용기로 나누어 주요 활동과 지구법학 확산의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김보미 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지구법 강좌의 흐름과 성과를 소개하며, 법조인 교육의 확장, 제도화 노력, 사회적 확산이 향후 과제임을 강조했습니다. 최정호 총무는 환경운동·입법·소송·연구의 흐름 속에서 지구법학이 확산된 경로를 짚고, 비인간·인간 행위자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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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 2. [Special] 돌고래와 인간의 종간 동맹
두 번째 세션에서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법제화 운동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진희종 제주평생교육진흥원장은 제주도의 생태와 자연, 그리고 돌고래와 해녀의 공존에서 생태법인 개념이 비롯되었음을 소개하며, 이를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생태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실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박태현 지구법학회장은 생태법인은 자연에게 법인격과 권리 주체성을 부여하고, 생태후견인 제도를 통해 그 권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모델임을 설명하며, 이는 기존 환경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 법·제도 플랫폼 모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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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 3. 지구법학의 지구적 맥락
세 번째 세션에서는 지구적 관점에서 자연의 권리 운동의 흐름을 짚었습니다. 임진아 학술팀장은 국제사회의 자연의 권리 연대 현황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활동 및 다양한 실천 사례를 소개하며, 자연의 권리 법제화와 네트워크의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셸 말로니 호주 지구법학 연맹(Australian Earth Laws Alliance) 대표는 단체의 활동과 호주 내 자연의 권리 운동을 공유하며, 원주민 법체계와 서구 법체계의 조화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탈리아 그린 자연의 권리를 위한 국제 연맹(Global Alliance for the Rights of Nature) 대표는 에콰도르의 헌법에 담긴 자연의 권리 조항과 그 이후 세계적 확산 흐름을 소개하며, 국제 네트워크의 심화가 자연의 권리 운동의 미래를 견인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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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 4. 얽힌 존재들이 함께 나아가는 지구법학
네 번째 세션은 다양한 활동가들이 지역 실천부터 기후·환경·동물권 운동까지, 자연의 권리를 중심으로 지구법학의 미래 과제를 폭넓게 논의했습니다. 김영준 법예술가는 법이 사회적 합의와 구속력이라는 두 축 위에 서 있으며, 자연의 권리와 같은 새로운 법적 테제는 지역의 연결감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자치입법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석탄발전소 반대 직접행동과 4년간 이어진 기후불복종 재판 경험을 공유하며, 법정 투쟁이 처벌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생태적 주체로의 전환을 이끄는 계기였음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황일수 녹색연합 활동가는 자연물 원고 소송 사례와 생명의 이동권 캠페인, 자연의 권리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제작 등 시민 참여형 환경운동을 소개했고, 생태법인 추진 과정에서 현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과학적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은 다종공동체 관점에서 지구법학의 헌법적 상상력을 제시하며, 동물권 운동의 한계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생태소송·비인간 주체의 법적 대리인 제도·지구공동체위원회 등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발표에 이어 진행된 집담회에서는 지구법의 의미와 지역사회 연대, 교육의 역할, 환경운동이 마주하는 동기와 어려움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고민, 그리고 지구법학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며 연대와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왕배 대표는 "지구 법학이 필요 없는 지구를 꿈꾼다"는 메시지로 클로징 멘트를 전하며, 이틀간의 여정을 따뜻하게 마무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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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법학회는 "인간은 더 넓은 존재 공동체의 일부분이며, 모든 구성원의 안녕이 전체 지구의 안녕에 의존한다"는 사고에 기반한 법과 인간 거버넌스에 관한 새로운 철학인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을 연구하는 학술 단체다. 2015년 출범 이후 학자들과 법조인들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세미나, 컨퍼런스, 연구 출판 등을 통해 지구법학 담론을 형성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술지인용 색인(KCI)에 학회로 등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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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지구와사람 people@peopleforearth.kr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66, 1층 02-733-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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